2024년 곧 직장인 5년 차가 된다. 정말 오랜 시간 꿈꿔왔던 회사였고, 2번의 불합격 후 합격한 회사라 나에게 있어 매우 소중하고 뜻깊은 회사다. 업계에서 유명하고, 그만큼 업계 내에서는 대우받을 수 있는 회사라지만 난 퇴사를 결심했다. 물론 아직까지 아무것도 정해진 바는 없다. 그러기에 결심한 이유로 글을 쓰는 이유이다.
내가 퇴사를 결심한 5가지 이유에 대하여 나열해보겠다.
1. 보상받지 못한 나의 열정
4년 간 내가 너무나도 꿈꿔왔던 자리이기에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. 4년간의 높은 인사평가가 내 노력을 증명해 주리라. 신입사원 때 받기 힘들다던 S급 인사평가를 시작으로 줄곧 나는 인사평가에서 가장 높은 등급을 받았고, 작년에 승진하였다. 하지만 전무후무한 인사평가라는 윗분들의 칭찬 아닌 칭찬뿐 보상은 그것에 전혀 미치지 못하였다.
동기들과 똑같은 연봉, 오히려 난 진급하면서 고작 50만원 더 높았던 연봉마저 동기들과 같아졌으니 정확히 말하면 나는 삭감된 셈이다. 우리 회사는 연봉협상 시스템 자체가 YES or NO 시스템인데 어느 용기 있는 사원이 NO를 외칠 수 있을까. 아쉽게도 난 MZ사원이 아니고 YES를 눌렀다. 그렇게 4년간 열심히 일한 내 열정은 인센 100만 원 정도로 보상되었다. 도대체 이런 보상을 할 거면서 왜 인사평가를 분기마다 1년에 총 4번을 하는지 여전히 의문이다. 그리고 든 생각, 열심히 노력해도 이 회사는 보상해주지 않는구나...^^
2. 사라진 나의 프로젝트, 나의 시간
23년은 경기가 매우 안 좋은 한해였다. 회사 내 진행하던 많은 프로젝트들이 갑자기 보류되고, 멈추고, 영원히 사라졌다. 그만큼 내 시간도 사라졌다. 워낙 변동이 심한 일이기에 그러려니 했는데 이렇게 많은 프로젝트들이 멈춘 건 나도 처음이었다. 프로젝트가 사라진 것은 그것에 투자했던 나의 시간도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했다. 나는 나의 일을 너무나 사랑하기에 그만큼 아낌없이 투자한 내 시간, 내 마음을 쏟은 프로젝트를 떠나보내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. 이렇게 될 거면 왜 나는 그동안 그렇게 열심히 일을 했는가. 그 씁쓸함, 허탈감을 매번 내가 소화시킬 자신이 없었다. 이 슬픈 감정을 아무리 하소연해도 일과 마음을 분리하라는 조언 아닌 조언만 돌아왔다.
3. 롤모델의 부재
이 부분은 퇴사를 결심한 오랜 이유 중 하나이다. 회사를 다니며 1년 만에 난 가장 큰 사실을 깨달아 버렸다. 바로 우리 회사 그 어떤 자리도 탐나는 자리가 없다는 것, 내 인생에서 본받고 싶은 롤모델은 더욱이 없다는 것. 1000여 명이 넘어가는 회사에서 어떻게 단 한 명도 없을까 싶지만 당연한 결과라 생각한다.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일 수 있지만 똑똑하고 능력 있는 사람은 하나 둘 떠나고, 현실에 안주하며 살아가는 분들 대부분과 자신의 일을 매우 사랑하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극 소수의 분들만이 남아있는 것 같다. 그런데 매년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똑똑한 신입들이 입사를 하는데 참 마음이 복잡하다.
4. 내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욕구
내가 퇴사를 결심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4번째 이유이다. 나의 이야기를 담은, 내가 고른, 내가 만든, 내 브랜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슴 속에서 차오른다. 11월 4주간 여러 준비작업과 생각들을 해왔고 내년에 본격적인 시작을 해보고 싶다. 많은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그 안에서 나는 성장하고 기꺼이 기쁨을 누릴 것이다. 그리고 그 성장의 기록들을 여기에 남겨놓고 싶다. 이 글이 먼 훗날 사사로운 방황으로 기록될지, 아니면 내 꿈의 시작으로 기록될지는 아무도 모르지 않은가.
5. 퇴사연습의 기회
퇴사도 연습이란 걸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. 나에게 그런 기회가 찾아왔다. 우리회사는 주말 출근을 하는 만큼 평일에 쉴 수 있는 아주 이상한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주말 출근 시 특근비 따위는 없다는 개념이라 생각하면 된다. 하지만 이 정도의 시스템도 없는 회사가 많기에 크게 불만은 없다. 이 덕분에 내가 퇴사연습의 기회를 얻었으니... 2023 여름, 나는 한 프로젝트에 긴급 투입되었고 3개월간의 야근, 주말출근의 반복 끝에 총 4주간의 휴식이 생겼다. 이 프로젝트가 끝났을 회사에 있을 때 또다시 붕 뜬 감정, 뿌리를 잃은 감정 등 엄청난 불안감이 나를 휩쌓았는데 놀랍게도 휴가 1주 차만에 이런 감정들이 완벽하게 디톡스 되었다. '나=회사 일'을 벗어나 운동, 취미, 그리고 내 브랜드를 하고 싶다는 생각과 준비를 차근차근 시작하니 나를 되찾은 기분이었다. 내가 뭘 좋아하는지, 뭘 잘하는지, 뭘 선호하는지에 대해 빠르게 깨달아갔고 온전한 나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기간이었다. 그리고 든 생각 '아 너무 좋다. 퇴사해야겠다'. 물론 회사를 출근하지 않아서 좋은 건 당연하겠지만,
짧은 인생 좋은 것만 하고 살아도 좋지 않겠는가?